봄이 왔다. 살고있다

차갑던 그 겨울에 사랑했던 존재들을 내 세상에서 차례로 떠나보냈다.

사랑하는 사람과 멀어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.
마지막 세 번째에는 내가 숨이 넘어가야 이 겨울이 끝이 나겠구나 생각했다.
그 찰나에 긴 시간 함께 했던 우리집 노견 백구가 세상을 떴다.

의식적으로 우울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지난 겨울에 떠난 것은 셋이면 차고 넘친다 여기기로 했다.
겨울은 내내 끝없이 나를 옭아맸다.

그리고 봄이 왔다.

우리집에 사는 그 누구도 새 강아지를 바라지 않았다.
일부러 정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
내가 방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, 내가 나오는 소리만 듣고도 나를 알아보고 애정을 갈구하는 존재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있나.

긴 시간 방에 움켜있다 집을 나와 밖으로 가는 긴 시간 걸어나오며
땀이 배어나오는 이마를 훔치며 그제서야 새삼 생각했다.

그래 우리 봄이가 왔구나.
드디어 봄이 왔구나.

빈 자리는 빈 자리로 오롯이 남았지만, 또 이렇게 봄이 왔구나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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